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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있잖아, 슬픈 이야기를 좋아해

자그니 2001. 11. 21. 00:26
주여, 나는 손을 모았다.
그러자, 요정같이 그 애가 툭 살아나며 소곤거렸다.

소망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뼈아픈지 알아? 모르지?
것도 모르면 대학생 아냐. 가짜야. 가짜 대학생이야.

그래,하고 나는 대답했다. 나는 가짜야.
한 떼의 여대생들이 내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. 코트 깃을 올리고 종아리를 드러낸 채. 지난 삼년 동안의 대학 생활이 팔랑팔랑 되살아났다. 후기 시험에 응시하여 부랴부랴 들어갔던 대학, 안 들어가면 그것으로 인생이 끝날 것 같았던 그 놈의 대학, 하지만 그것은 먼지 낀 책상위에서 발견하는 손자국같이 내게 낯설었다. 나는 비로서 내 대학생활이 얼마나 무의미한 시간의 소비였는지를 알았다. 그 애의, 짧았으나 눈물겹게 타올랐던 가짜 대학생활에 비해.

그런데, 허공에서 그 애가 또 그랬다.

자긴 부잣집 냄새가 나. 그래서 자긴 아프고 참다운 꿈은 만질 수 없는거야. 다만 꿈의 껍질밖엔...

나는 절망하였다. 크리스마스 캐롤은 여전히 멀리서 들려왔다. 도시는 저 너머에 있고, 눈은 내 곁에 있었다. 가로등 불빛에 전신을 드러내는 어린 나비만한 눈송이들. 나는 마침내 눈물 한 방울을 뚝 떨어뜨렸다.

안녕.
나는 말했다. 창호지 같은 애야. 나는 씩씩하게 걸었다.
네 배고픔과, 네 참혹한 꿈의 조각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난 뭐든지 할 거야.
난, 뭐든지 할 거야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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